어금니 신경치료 후기입니다. 말만 들어도 전두엽까지 아파오는 것 같은 단어 ‘신경 치료’. 사실 20대 중반부터 어금니에 구멍이 뽕 났는데 별 통증도 없고 양치만 제대로 하면 별 문제도 없었기에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조금씩 통증이 몰려왔는데 가끔 잘못 씹으면 하늘에서 갑자기 번개가 내 정수리로 떨어진 것 같은 짜릿함을 가끔씩 느끼고 있었습니다. 구멍 주변의 이빨이 모래알 처럼 부스러지고 있는 것도 느껴지고 그래서 동네를 수소문해 최대한 안아프게 치료한다는 치과를 찾았습니다.
어금니 신경치료 후기 – 1. 신경치료는 견적부터
간단한 진료후 견적이 나왔습니다. 하나만 하면 안돼고 구멍난 어금니 옆에 있는 어금니도 썩었다고 하시며 신경치료 하고 구멍난 어금니 아말감 씌우는데 100만원 가까운 견적이 나왔습니다. 내가 왜 고통을 겪어가며 돈을 써야하나 싶은 울화통이 마구 치밀어 올랐지만 어쩔수 없는 것. 차례를 기다리며 푹신한 대기실 쇼파에 앉아 ‘치과 보험이라도 들어 놓을 걸..’ 이라는 한탄을 혼자 되뇌이고 있을 무렵 키 168cm정도 되보이는 예쁜 간호사가 저를 보며 들어오라는 지옥의 수신호를 하기 시작 했습니다.
2. 누워서 입 벌린 채로 1시간 반
젊어보이는 담당 의사 선생님이 누워서 입을 벌리고 있으라고 하셨고 약간 역한 느낌이 드는 약을 칙칙 뿌리고 몇번 헹궜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한시간 반을 입 벌리고 누워있었습니다. 사실 생각보다 통증은 없었습니다. 굉장히 아프다는 소리를 하도 듣고 찾아봐서 그런가(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도 곧 신경치료 예정인걸 알고 있습니다.) 큰 고통은 없었습니다. 마취할 때 살짝 따끔했는데 ‘이게 시작이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남자니까 죽을 것 같이 아플 때만 손을 들겠다는 다짐을 수 없이 되뇌이며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근데 치료보다 입 벌리고 있는게 더 힘드네요. 입안의 침은 고개 살짝만 돌려도 줄줄 흐를 것 같고 뭘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기분 나쁜 드릴 소리며, 벅 벅 긁는 소리며, 헌데 신기하게도 고통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뭔가 어금니 속을 찌르는 것 같은데 느낌은 없고 긁는 것 같은데 간질 간질하고 이상한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길어지니 입안에 침이 하도 모여서 중간 중간 뱉어낼려고 몇번 일어났는데 그 때마다 혀로 이빨상태를 체크했습니다. 반이 없어졌더라구요. 안쓰러운 내 어금니..
3. 고통은 마지막에 온다
한시간 반 동안 입 벌리고 누워있을라니 이제 고통이고 뭐고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온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이가 아프고 자시고 턱이 더 아팠고 아무리 의사 선생님이지만 내 입 벌린 얼굴을 1시간 반동안 가까이서 마주보고 있다니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마무리 단계에 왔다며 조금만 더 참으라는 말씀에 이제 다 끝나가는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 싹 갈아낸 어금니 속에 뭔가 채워넣기 시작했고 죽음의 고통이 그때 왔습니다. 쑤셔넣을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찌릿 찌릿. 남자답게 참아보자던 한시간 반 전의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 급하게 손을 들고 흔들어 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멈출 생각이 없으셨고 쭉쭉 쑤셔 넣으시며 실제론 짧았을 그시간이 가장 큰 고통의 시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정말 하나도 안 아팠는데.. 그 쑤셔넣음과 함께 통증이 시작되고 마무리 다하고 집에 가서 까지 그 통증이 이어졌습니다. 제가 이제는 막혀버린 어금니를 다시 뚫고 볼 순 없지만 아마도 신경을 죽이는 것 까진 괜찮았는데 씌우기 전에 어금니안에 채워 넣는 뭔가가 있고 그게 아픈 것 같더라구요.
아마도 위 단계의 5단계 신경관 충전이 아팠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4. 신경치료 다음날부턴 멀쩡해짐
치료 당일은 내내 그 마무리 통증이 이어졌습니다. 집에 와서도 욱신 욱신거려서 진통제 먹고 잤는데 다음날부턴 멀쩡해 지더라구요. 아무렇지도 않고 한쪽으로만 씹지 않아도 되서 좋고 여러모로 편해졌습니다. 여러분은 이에 이상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치과 가세요. 주기적으로 가서 진료 받으세요. 안그러면 큰돈 나갑니다.